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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타트업 사무실 한쪽 끝에는 늘 검은 화면을 바라보는 개발자 민준이 있었다. 그의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코드들이 빼곡했고, 이어폰을 낀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은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반대편 창가 자리에는 디자이너 서윤이 앉아 있었다. 서윤의 화면에는 다채로운 색과 부드러운 곡선, 정교하게 정리된 화면 구성이 떠 있었다. 민준에게 그것은 예쁜 그림 같았고, 서윤에게 민준의 코드는 복잡한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대표가 두 사람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번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정말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해요. 두 분이 같이 만들어주세요.” 처음 회의는 순탄하지 않았다. 서윤이 말했다. “이 버튼은 조금 더 아래에 있고, 부드럽게 나타나야 해요. 사용자가 안정감을 느껴야 하거든요.” 민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게 하면 개발 구조가 조금 복잡해져요. 성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민준이 기능 구조를 설명하면, 서윤은 “그건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서윤이 화면 흐름을 설명하면, 민준은 “현실적으로 구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라고 말했다. 둘은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지만, 보는 방향이 달랐다. 민준은 ‘어떻게 동작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서윤은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테스트 버전을 직접 사용해보는 시간이 생겼다. 사용자 한 명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기능은 좋은데,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후 다른 사용자는 이렇게 말했다. “화면은 예쁜데, 눌렀을 때 너무 느려서 답답해요.” 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조용해졌다. 서윤은 생각했다. ‘아무리 예뻐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소용없구나.’ 민준도 생각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용자가 어렵게 느끼면 좋은 서비스가 아니구나.’ 그날 이후 둘은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민준은 디자인 시안을 볼 때 단순히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 느낌은 살리면서 더 빠르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말했다. 서윤도 개발 일정을 볼 때 “왜 이렇게 오래 걸리죠?”라고 묻지 않았다. 대신 “중요한 경험부터 먼저 살리고, 나머지는 다음 단계로 나누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민준은 버튼 하나의 간격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었고, 서윤은 로딩 속도 1초 차이가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알게 되었다. 몇 주 뒤, 새로운 서비스가 완성되었다. 화면은 복잡하지 않았고, 기능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사용자는 설명을 읽지 않아도 सहज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출시 후 첫 리뷰에는 이런 문장이 남았다. “보기에도 편하고, 쓰기도 편하다.” 그 문장을 본 민준은 웃으며 말했다. “이건 네가 잘 디자인해서 그런 거야.” 서윤도 웃으며 답했다. “아니, 네가 잘 만들어서 가능한 거지.” 그제야 두 사람은 알게 되었다. 좋은 서비스는 개발자 혼자 만들 수도, 디자이너 혼자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과, 보이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함께할 때, 비로소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이후, 민준과 서윤은 더 이상 서로를 “다른 분야의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같은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가는, 가장 가까운 팀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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